화학
화학은 원자들이 어떻게 붙고 떨어지는지를 다룬다. 원자 속 전자의 배치에서 주기율표의 규칙이 나오고, 그 규칙이 결합과 분자 모양을, 분자 모양이 물질의 성질을 정한다. 반응이 일어날지(열역학), 얼마나 빨리 일어날지(속도론), 어디서 멈출지(평형)를 차례로 보고 산과 염기, 전지, 유기 화합물과 핵 반응까지 직접 계산한 그림으로 따라간다.
목차 (16)
물질과 원자
눈앞의 물질은 크게 두 가지다. 조성이 하나로 정해진 순물질과, 여러 순물질이 제각각의 비율로 섞인 혼합물이다. 순물질은 다시 한 종류의 원자로만 된 원소와, 두 종류 이상의 원소가 일정한 비율로 결합한 화합물로 나뉜다. 물(H₂O)은 어디서 떠 와도 수소와 산소의 질량비가 같지만, 소금물은 소금을 얼마나 녹였는지에 따라 다르다. 혼합물은 거르기, 증류 같은 물리적 방법으로 나눌 수 있고, 화합물은 화학 반응을 거쳐야 원소로 나뉜다.
원자는 가운데의 아주 작은 원자핵과 그 둘레의 전자로 되어 있다. 원자핵에는 양전하를 띤 양성자와 전하가 없는 중성자가 있다. 양성자 수가 곧 원자 번호이고, 원소의 정체를 정한다. 양성자가 6개면 무조건 탄소다. 중성 원자에서는 전자 수가 양성자 수와 같고, 화학 반응은 거의 전부 이 전자가 움직이는 일이다. 원자의 질량은 대부분 핵에 몰려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전자보다 약 1,800배 무겁다.
양성자 수는 같고 중성자 수만 다른 원자를 동위 원소라 한다. 화학적 성질은 거의 같고 질량만 다르다. 주기율표의 원자량이 정수가 아닌 것은 자연에 섞여 있는 동위 원소들의 질량을 존재비로 가중 평균했기 때문이다. 원자량의 단위인 돌턴(Da)은 탄소-12 원자 질량의 1/12이다.
전자 배치와 오비탈
전자는 핵 둘레를 행성처럼 도는 알갱이가 아니다. 양자 역학에서 전자는 "어디서 발견될 확률이 얼마인가"로만 기술되고, 그 확률 분포의 모양을 오비탈이라 한다. 오비탈은 에너지 크기를 정하는 주 양자수 n(1, 2, 3 …)과 모양을 정하는 부 양자수 l로 나뉜다. l = 0, 1, 2, 3을 각각 s, p, d, f라 부르고, 부껍질 하나에 오비탈이 1, 3, 5, 7개 있다. 오비탈 하나에는 스핀이 반대인 전자가 최대 두 개 들어간다(파울리 배타 원리). 그래서 s는 2개, p는 6개, d는 10개까지 담는다.
바닥상태 원자는 에너지가 낮은 오비탈부터 채운다(쌓음 원리). 순서는 대략 n + l이 작은 것부터, 같으면 n이 작은 것부터다(마델룽 규칙). 그래서 4s가 3d보다 먼저 찬다. 에너지가 같은 오비탈 여러 개에는 짝을 짓기 전에 하나씩 먼저 들어간다(훈트 규칙). 전자끼리 밀어내는 힘을 줄이려는 결과다. 크로뮴(3d⁵4s¹)과 구리(3d¹⁰4s¹)처럼 d 부껍질을 반쯤 또는 꽉 채우려고 규칙에서 벗어나는 예외도 있다.
화학에서 중요한 것은 가장 바깥 껍질의 원자가 전자다. 결합과 반응에 쓰이는 것이 이 전자들이고, 원자가 전자 수가 같은 원소끼리 성질이 닮는다. 오비탈의 물리적 바탕(파동 함수, 불확정성)은 물리 노트와 양자 컴퓨팅 노트에서 다른 각도로 다룬다.
주기율표와 주기적 성질
주기율표는 원소를 원자 번호 순으로 늘어놓되, 원자가 전자 배치가 같은 원소가 한 세로줄(족)에 오도록 줄을 바꾼 표다. 가로줄(주기)은 전자가 채워지는 가장 바깥 껍질의 번호와 같다. 1869년 멘델레예프는 원자량 순으로 늘어놓은 원소의 성질이 되풀이된다는 것을 보고, 비어 있는 자리의 원소(갈륨, 저마늄 등)의 성질까지 예측했다. 지금은 118번까지 이름이 정해져 있다.
주기율표 위에서 성질이 일정한 방향으로 바뀌는 이유는 두 가지 힘의 줄다리기다. 같은 주기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양성자가 늘어 핵이 전자를 더 세게 당기지만, 안쪽 껍질은 그대로라 가려 주는 효과(가려막기)는 크게 늘지 않는다. 그래서 원자가 작아지고 전자를 떼기 어려워진다. 같은 족에서 아래로 가면 껍질이 하나씩 늘어 바깥 전자가 핵에서 멀어지므로 원자가 커지고 전자를 떼기 쉬워진다.
- 원자 반지름: 왼쪽 아래로 갈수록 크다. 같은 주기에서는 1족이 가장 크고, 같은 족에서는 아래로 갈수록 크다.
- 이온화 에너지: 기체 원자에서 전자 하나를 떼어 내는 데 드는 에너지. 오른쪽 위로 갈수록 크다. 18족은 껍질이 꽉 차 가장 크고, 1족은 바깥 전자 하나만 떼면 안정해져 가장 작다.
- 전기 음성도: 결합한 원자가 공유 전자쌍을 끌어당기는 정도. 폴링 척도로 플루오린이 3.98로 가장 크고, 오른쪽 위로 갈수록 크다.
주기율표 한가운데 14족의 규소와 저마늄은 금속과 비금속의 중간 성질을 띠는 준금속이다. 여기에 13족·15족 원소를 아주 조금 섞어 전기가 통하는 정도를 조절하는 것이 반도체의 출발점이고, 반도체 노트가 그 뒤를 잇는다.
화학 결합과 루이스 구조
원자들이 결합하는 것은 떨어져 있을 때보다 붙어 있을 때 에너지가 낮기 때문이다. 많은 원자가 바깥 껍질에 전자 8개를 갖춘 18족 같은 배치(옥텟)가 되는 쪽으로 결합한다. 그 방법이 세 가지다.
- 이온 결합: 전자를 잃기 쉬운 금속이 전자를 끌어오는 비금속에 전자를 넘긴다. Na는 Na⁺, Cl은 Cl⁻이 되고, 양이온과 음이온이 정전기력으로 3차원 격자를 이룬다. 그래서 소금은 분자가 아니라 결정이고, 녹는점이 높으며 물에 녹으면 전기가 통한다.
- 공유 결합: 비금속끼리 전자를 한 쌍씩 내놓아 함께 쓴다. 두 쌍이면 이중 결합, 세 쌍이면 삼중 결합이고, 결합이 많을수록 짧고 단단하다.
- 금속 결합: 금속 원자들이 원자가 전자를 내놓아 전체가 함께 쓰는 "전자 바다"를 만든다.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이므로 전기와 열이 잘 통하고, 원자 층이 미끄러져도 결합이 끊기지 않아 두드리면 펴진다.
실제 결합은 이 셋 사이 어딘가에 있다. 두 원자의 전기 음성도 차이(ΔEN)가 0이면 전자를 고르게 나누고, 차이가 커질수록 전자쌍이 한쪽으로 치우치다가 아예 넘어간다. 교재에서 흔히 쓰는 경계(0.4, 1.8 또는 2.0 안팎)는 대략의 기준일 뿐이다.
루이스 구조는 원자가 전자를 점과 선으로 그려 결합을 세는 방법이다. 전체 원자가 전자 수를 세고, 중심 원자와 바깥 원자를 선(전자쌍 하나)으로 잇고, 남은 전자를 바깥 원자부터 쌍으로 채워 옥텟을 맞춘다. 모자라면 비공유 전자쌍을 끌어와 이중·삼중 결합을 만든다.
분자의 모양과 극성
분자의 모양은 VSEPR(원자가 껍질 전자쌍 반발) 이론으로 꽤 잘 맞힐 수 있다. 중심 원자 둘레의 전자 영역(결합 하나, 이중 결합 하나, 비공유 전자쌍 하나가 각각 영역 하나)은 서로 밀어내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다. 영역이 2개면 직선(180°), 3개면 평면 삼각형(120°), 4개면 사면체(109.5°)다. 사면체 각은 정사면체 중심에서 두 꼭짓점을 보는 각, 곧 arccos(−1/3)이다.
비공유 전자쌍은 결합 전자쌍보다 중심 원자 가까이 퍼져 더 세게 민다. 그래서 전자 영역이 똑같이 4개인 메테인(109.5°), 암모니아(약 107°), 물(약 104.5°) 순으로 결합각이 좁아진다. 분자 모양을 부를 때는 원자만 보므로, 암모니아는 삼각뿔, 물은 굽은형이 된다.
모양은 극성을 정한다. 결합 하나하나가 극성이어도 모양이 대칭이면 치우침이 서로 상쇄된다. CO₂는 C=O 결합이 극성이지만 직선이라 무극성 분자이고, 물은 굽어 있어 산소 쪽이 음, 수소 쪽이 양인 극성 분자다. "비슷한 것이 비슷한 것을 녹인다"는 경험칙도 여기서 나온다. 극성인 물은 소금과 설탕을 녹이고, 무극성인 기름과는 섞이지 않는다.
분자 간 힘과 기체 법칙
결합은 분자 안의 힘이고, 끓는점과 녹는점을 정하는 것은 분자 사이의 힘이다. 물이 끓을 때 H–O 결합이 끊기는 것이 아니라 물 분자끼리 떨어질 뿐이다. 분자 간 힘은 약한 것부터 셋이다.
- 분산력(런던 힘): 전자 구름이 순간적으로 치우쳐 생긴 쌍극자가 이웃을 끌어당긴다. 모든 분자에 있고, 전자가 많은 큰 분자일수록 세다.
- 쌍극자-쌍극자 힘: 극성 분자의 양 끝과 음 끝이 서로 끌어당긴다.
- 수소 결합: N, O, F처럼 전기 음성도가 아주 큰 원자에 붙은 H가 이웃 분자의 N, O, F의 비공유 전자쌍에 끌린다. 분자 간 힘 가운데 가장 세다.
물의 수소 결합은 다른 별난 성질도 만든다. 얼음은 수소 결합이 육각형 그물을 이루며 빈 공간이 생겨 액체 물보다 밀도가 낮다. 그래서 호수는 위에서부터 얼고 물속 생물이 겨울을 난다. 비열이 커서 바다가 기후를 완만하게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지구 규모의 이야기는 지구과학 노트에 있다.
분자 간 힘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분자가 멀리 떨어진 상태가 기체다. 분자 자체의 부피와 서로 끄는 힘을 0으로 보는 이상 기체는 PV = nRT 하나로 기술된다. R = 8.314462618 J/(mol·K)이고, 온도는 반드시 절대 온도(K = °C + 273.15)로 쓴다. 온도를 고정하면 압력과 부피가 반비례(보일 법칙)하고, 압력을 고정하면 부피가 절대 온도에 비례(샤를 법칙)한다. 0 °C, 1 atm에서 이상 기체 1 mol의 부피는 종류와 상관없이 22.414 L다. IUPAC의 표준 상태(STP)는 1982년부터 압력을 100 kPa로 정해 그때의 몰 부피는 22.711 L이고, 25 °C, 1 atm이면 24.47 L이다. 어떤 "표준"인지 꼭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기체 분자의 운동을 통계로 다루는 기체 분자 운동론, 열역학 법칙은 물리 노트에서 이어진다.
몰과 화학 반응식
원자는 너무 작아 하나씩 셀 수 없으므로, 화학은 몰(mol)이라는 묶음으로 센다. 1 mol은 정확히 6.02214076 × 10²³개다. 2019년 SI 재정의에서 아보가드로 수를 이 값으로 고정해 몰을 정의했다. 이 수는 질량 12 g의 탄소-12에 든 원자 수에 맞춰 골랐기 때문에, 원자량에 g을 붙이면 그 물질 1 mol의 질량(몰 질량)이 된다. 물의 몰 질량은 18.015 g/mol이니, 물 18 g(한 모금 남짓)에는 분자가 약 6.02 × 10²³개 들어 있다.
화학 반응식은 무엇이 무엇으로 바뀌는지를 몰 단위의 비로 적은 것이다. 반응 전후에 원자는 생기지도 사라지지도 않으므로(질량 보존), 양쪽의 원소별 원자 수가 같아야 한다. 계수만 바꾸고 화학식 안의 아래 첨자는 바꾸지 않는다. H₂O를 H₂O₂로 바꾸면 물이 과산화 수소라는 다른 물질이 되기 때문이다.
계수 없이 화학식만 적은 상태. 화학식 안의 아래 첨자는 물질을 바꾸므로 건드리지 않고, 앞의 계수만 바꾼다.
맞춘 반응식은 요리법처럼 읽는다. 프로페인 1 mol(44.10 g)은 산소 5 mol과 반응해 이산화 탄소 3 mol과 물 4 mol을 만든다. 실제로는 재료 하나가 먼저 떨어진다. 이를 한계 반응물이라 하고, 생성물의 양은 이것이 정한다. 2H₂ + O₂ → 2H₂O에 수소 3 mol과 산소 2 mol을 넣으면, 산소는 2 mol 모두 쓰려면 수소가 4 mol 필요하지만 수소는 3 mol뿐이라 H₂가 한계 반응물이다. 반응식 한 벌(수소 2, 산소 1)을 1.5번 돌린 만큼만 진행해 물 3 mol이 생기고 산소 0.5 mol이 남는다.
반응은 모양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눠 부른다.
- 합성(결합): A + B → AB. 철이 녹스는 반응처럼 둘이 하나가 된다.
- 분해: AB → A + B. 물을 전기로 수소와 산소로 나누는 반응.
- 치환: 반응성이 큰 원소가 화합물 속 다른 원소를 밀어낸다. 아연을 황산 구리 용액에 넣으면 구리가 석출된다.
- 복분해(이중 치환): 두 화합물이 짝을 바꾼다. 앙금 생성과 중화 반응이 여기 든다.
- 연소: 산소와 빠르게 반응해 열과 빛을 낸다. 탄화수소가 완전 연소하면 CO₂와 H₂O가 된다.
이 분류는 반응의 겉모양이고, 속에서 무엇이 오가는지로 보면 대부분이 양성자를 주고받는 산-염기 반응이나 전자를 주고받는 산화-환원 반응이다. 뒤의 두 절이 이 둘을 다룬다.
열화학: 엔탈피, 엔트로피, 깁스 에너지
반응은 대개 열을 내거나 흡수한다. 일정한 압력에서 오간 열이 엔탈피 변화 ΔH다. 열을 내놓는 발열 반응은 ΔH가 음수, 흡수하는 흡열 반응은 양수다. 결합을 끊으려면 에너지가 들고, 새 결합이 생기면 에너지가 나온다. 반응 전체의 ΔH는 그 차이다. 엔탈피는 상태 함수라 경로와 상관없이 처음과 끝만으로 정해진다(헤스 법칙). 그래서 표에 실린 표준 생성 엔탈피로 아무 반응의 ΔH나 계산할 수 있다. 메테인이 완전 연소해 액체 물이 생기는 반응은 생성물의 합에서 반응물의 합을 빼 ΔH = −890.3 kJ/mol이 된다(NIST·CODATA 값으로 계산).
하지만 발열이라고 다 저절로 일어나지는 않고, 흡열인데도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 있다. 얼음은 상온에서 열을 흡수하며 녹는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엔트로피 S, 곧 에너지와 입자가 퍼질 수 있는 방법의 수다. 고체보다 액체, 액체보다 기체의 엔트로피가 크고, 고립계의 엔트로피는 저절로 줄지 않는다(열역학 제2법칙).
일정한 온도·압력에서 두 경향을 한 수로 합친 것이 깁스 에너지 ΔG = ΔH − TΔS다. ΔG가 음수면 반응이 저절로 진행할 수 있고, 양수면 역반응 쪽이다. 온도 T가 엔트로피 항에 곱해지므로, ΔH와 ΔS의 부호가 같은 반응은 온도에 따라 방향이 바뀐다. 표준 깁스 에너지는 평형 상수와 ΔG° = −RT ln K로 이어진다. 25 °C에서 ΔG°가 −10 kJ/mol이면 K는 약 56이라, 깁스 에너지 몇십 kJ 차이가 평형 위치를 크게 바꾼다.
"저절로 일어난다"는 것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지 빨리 일어난다는 뜻이 아니다. 상온에서 다이아몬드가 흑연으로 바뀌는 반응은 ΔG가 음수지만, 사람이 기다릴 수 있는 시간 안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얼마나 빨리 일어나는지는 다음 절의 몫이다.
반응 속도
반응이 일어나려면 분자들이 충돌해야 하고, 충돌하더라도 낡은 결합을 비틀어 끊을 만큼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반응물과 생성물 사이 가장 높은 에너지 지점이 전이 상태이고, 반응물에서 그 꼭대기까지의 높이가 활성화 에너지 Ea다. 장벽이 높을수록 넘는 분자가 적어 반응이 느리다.
속도를 바꾸는 손잡이는 넷이다. 농도(충돌 횟수), 표면적(고체를 가루로), 온도, 그리고 촉매다. 온도의 효과가 유난히 큰 것은 분자 에너지의 분포 때문이다. 같은 온도에서도 분자마다 에너지가 다르고, 장벽을 넘는 것은 분포의 오른쪽 꼬리뿐이다. 온도가 조금 오르면 꼬리가 크게 두꺼워진다.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1889년 속도 상수를 k = A·e−Ea/RT로 정리했다(아레니우스 식). 지수 안에 온도가 있어 온도에 아주 민감하다. 활성화 에너지가 50 kJ/mol인 반응은 25 °C에서 35 °C로 올리면 1.92배, 100 kJ/mol인 반응은 3.70배 빨라진다(계산값). "10 °C 오르면 두 배"라는 경험칙은 상온 근처, 활성화 에너지 50 kJ/mol 안팎에서만 맞는 셈이다. 음식을 냉장고에 넣으면 상하는 반응이 느려지고, 생물 몸속의 반응은 효소라는 촉매가 체온에서도 빠르게 돌린다. 자동차의 촉매 변환기, 비료를 만드는 하버-보슈 공정의 철 촉매도 같은 원리다.
화학 평형
많은 반응은 끝까지 가지 않고 정반응과 역반응이 함께 일어난다(⇌). 처음에는 정반응이 빠르다가 생성물이 쌓이면 역반응이 따라잡고, 두 속도가 같아지면 농도가 더는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 화학 평형이다. 반응이 멈춘 것이 아니라 양쪽이 같은 빠르기로 계속 일어나는 동적 평형이다.
평형에서 생성물 농도의 곱을 반응물 농도의 곱으로 나눈 값(각각 계수만큼 거듭제곱)은 온도가 정해지면 일정하다. 이것이 평형 상수 K다. K가 크면 평형이 생성물 쪽에, 작으면 반응물 쪽에 있다. 같은 식에 지금 농도를 넣은 값을 반응 지수 Q라 하고, Q가 K보다 작으면 정반응, 크면 역반응 쪽으로 간다.
르샤틀리에 원리는 평형에 있는 계를 흔들면 그 흔들림을 줄이는 쪽으로 평형이 옮겨 간다는 경험칙이다. 반응물을 더 넣으면 생성물 쪽으로, 압력을 높이면 기체 분자 수가 적은 쪽으로, 온도를 높이면 흡열 쪽으로 간다. 농도와 압력 변화는 K를 바꾸지 않고 계가 K로 돌아가는 과정이지만, 온도 변화는 K 자체를 바꾼다는 차이가 있다.
암모니아 합성(N₂ + 3H₂ ⇌ 2NH₃, ΔH ≈ −92 kJ/mol)이 대표적인 예다. 기체 4 mol이 2 mol이 되므로 압력이 높을수록 유리하고, 발열이라 온도가 낮을수록 평형이 유리하다. 하지만 온도를 너무 낮추면 반응이 느려 쓸 수 없어서, 공업 공정은 높은 압력과 수백 °C의 타협 온도에 촉매를 쓴다. 평형(얼마나)과 속도(얼마나 빨리)가 다른 질문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예다.
산과 염기
브뢴스테드-로우리 정의에서 산은 양성자(H⁺)를 내주는 물질, 염기는 받는 물질이다. 산이 양성자를 내주고 남은 것은 짝염기, 염기가 받아 생긴 것은 짝산이다. 물은 양쪽 역할을 모두 해서 스스로 조금 이온화한다(2H₂O ⇌ H₃O⁺ + OH⁻). 25 °C에서 [H₃O⁺][OH⁻] = 1.0 × 10⁻¹⁴이고, 순수한 물에서는 두 농도가 같아 각각 10⁻⁷ M이다.
수소 이온 농도는 자릿수가 크게 오르내리므로 로그로 적는다. pH = −log[H₃O⁺]이다. pH가 1 낮아지면 수소 이온 농도는 10배가 된다. 0.01 M 염산은 pH 2.0이다. 염산 같은 강산은 물에서 거의 전부 이온화하지만, 아세트산 같은 약산은 일부만 이온화해 같은 0.1 M이라도 pH가 2.88 정도다. 이온화 정도는 산 해리 상수 Ka(또는 pKa = −log Ka)로 나타내고, 아세트산의 pKa는 4.76이다. 강한 산과 진한 산은 다른 말이다. 세기는 얼마나 잘 이온화하느냐, 진하기는 얼마나 많이 녹였느냐다.
산을 아무리 묽혀도 염기가 되지는 않는다. 10⁻⁸ M 염산의 pH를 그냥 −log로 계산하면 8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물 자체의 이온화가 더해져 6.98이다(계산값). 식을 쓸 때 무엇을 무시했는지 잊으면 이런 답이 나온다.
곡선 앞부분이 평평한 구간이 완충 용액이다. 약산(HA)과 그 짝염기(A⁻)가 함께 있으면, 강산을 넣어도 A⁻가 받아 HA가 되고 강염기를 넣어도 HA가 내줘 pH가 잘 바뀌지 않는다. pH는 헨더슨-하셀바흐 식 pH = pKa + log([A⁻]/[HA])로 어림한다. 짝염기와 산의 비가 1:10이면 pH는 3.76, 10:1이면 pKa + 1이라, 완충 능력은 pKa ± 1 안에서 쓸 만하다. 사람의 혈액은 탄산과 탄산수소 이온의 완충 작용으로 pH 7.4 근처를 지킨다. 그 생리는 생물 노트에 있다.
산화와 환원: 전지와 전기 분해
산화는 전자를 잃는 것, 환원은 전자를 얻는 것이다. 전자는 어디선가 와서 어디론가 가야 하므로 둘은 늘 함께 일어난다. 원래는 산소와 결합하는 것을 산화라 불렀지만, 지금은 전자의 이동으로 정의를 넓혔다. 누가 전자를 얻고 잃었는지 장부를 적는 도구가 산화수다. 철이 녹스는 것, 나무가 타는 것, 세포가 포도당을 태워 에너지를 얻는 것이 모두 산화-환원 반응이다.
산화와 환원을 다른 곳에서 일어나게 하고 그 사이를 도선으로 이으면, 옮겨 가는 전자가 전류가 된다. 이것이 화학 전지다. 1836년 존 프레더릭 대니얼이 만든 다니엘 전지는 아연이 전자를 내놓고(산화, −극) 구리 이온이 그 전자를 받는다(환원, +극). 반쪽 반응마다 수소 전극을 0 V로 둔 표준 환원 전위가 있고, 환원 전극의 값에서 산화 전극의 값을 빼면 전지의 기전력이 나온다.
기전력은 깁스 에너지와 ΔG° = −nFE°로 이어진다(n은 옮겨 가는 전자 몰 수, F = 96,485.332 C/mol은 전자 1 mol의 전하량). 다니엘 전지는 E° = 1.10 V, ΔG° ≈ −213 kJ/mol이다. 농도가 표준(1 M)이 아니면 네른스트 식 E = E° − (RT/nF) ln Q로 고친다. 25 °C에서 전자 2개짜리 반응의 Q가 10배가 될 때마다 기전력이 약 29.6 mV 줄어든다. 전지가 다 닳는다는 것은 반응이 평형에 다다라 E = 0이 된 것이다. 리튬 이온 전지는 같은 원리에 리튬 이온이 두 전극 사이를 오가는 구조를 더해 충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반대로 바깥에서 전압을 걸어 저절로는 일어나지 않는 산화-환원을 억지로 일으키는 것이 전기 분해다. 물을 전기 분해하면 (−)극에서 수소, (+)극에서 산소가 2:1 부피로 나온다. 흘린 전하량과 생긴 물질의 양은 비례한다(패러데이 법칙). 1 A를 1시간 흘리면 3,600 C, 수소 기체로는 0.0187 mol(0 °C, 1 atm에서 약 0.418 L)이다. 알루미늄 제련, 구리 정련, 도금, 수소 생산이 모두 전기 분해다.
유기 화학과 고분자
유기 화학은 탄소 화합물의 화학이다. 탄소는 원자가 전자가 4개라 결합 네 개를 만들고, 탄소끼리 단일·이중·삼중 결합으로 사슬과 고리를 길게 이을 수 있다. 이 덕분에 알려진 화합물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탄소 화합물이다. 한때는 생물만 유기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고 여겼지만, 1828년 프리드리히 뵐러가 무기 화합물에서 요소를 합성하면서 그 생각이 흔들렸다.
유기 분자는 탄소와 수소로 된 골격에 성질을 정하는 원자 묶음, 작용기가 붙은 것으로 읽는다. 같은 작용기를 가진 분자들은 비슷하게 반응한다.
| 작용기 | 구조 | 예 | 성질 |
|---|---|---|---|
| 하이드록시(알코올) | −OH | 에탄올 | 수소 결합, 물에 잘 섞임 |
| 카복실(카복실산) | −COOH | 아세트산 | 약산 |
| 아미노(아민) | −NH₂ | 메틸아민 | 약염기 |
| 카보닐(알데하이드·케톤) | C=O | 폼알데하이드, 아세톤 | 극성, 반응 자리 |
| 에스터 | −COO− | 아세트산 에틸 | 과일 향, 산과 알코올의 축합 |
| 아마이드 | −CONH− | 단백질의 펩타이드 결합 | 단단하고 안정 |
같은 원자로도 연결을 바꾸면 다른 물질이 된다. 분자식이 같고 구조가 다른 화합물을 이성질체라 한다. 탄소 4개짜리 알케인(C₄H₁₀)은 2가지, 5개는 3가지, 6개는 5가지, 10개는 75가지 구조 이성질체가 있다. 원자가 연결된 순서는 같고 공간 배치만 다른 입체 이성질체도 있다. 거울상처럼 겹쳐지지 않는 두 형태(거울상 이성질체)는 녹는점 같은 물리적 성질은 같아도 몸속 효소와는 다르게 반응해, 한쪽은 약이고 다른 쪽은 효과가 없거나 해로울 수 있다.
작은 분자(단위체)를 수천~수만 개 이으면 고분자가 된다. 에틸렌의 이중 결합이 열리며 줄줄이 이어지는 첨가 중합은 폴리에틸렌을, 두 작용기가 만나 물 같은 작은 분자를 내놓으며 잇는 축합 중합은 나일론과 PET를 만든다. 사슬이 서로 얽히고 끌어당기므로 고분자는 단위체와 전혀 다른 질기고 유연한 성질을 띤다.
생물의 몸도 고분자로 되어 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20가지가 펩타이드 결합으로 이어진 사슬이고, 녹말과 셀룰로스는 포도당이 이어진 다당류, DNA와 RNA는 뉴클레오타이드가 인산 다이에스터 결합으로 이어진 사슬이다. 녹말과 셀룰로스는 같은 포도당으로 되어 있지만 연결 방향 하나가 달라, 사람은 녹말은 소화하고 셀룰로스는 소화하지 못한다. 이 분자들이 세포 안에서 하는 일은 생물 노트, DNA 서열을 계산으로 다루는 이야기는 생물정보학 노트에 있다.
핵화학 개요
지금까지의 화학은 전자만 움직였고 원자핵은 그대로였다. 핵화학은 핵 자체가 바뀌는 반응을 다룬다. 불안정한 핵은 저절로 방사선을 내며 다른 핵으로 바뀐다(방사성 붕괴).
- 알파 붕괴: 헬륨-4 핵(양성자 2, 중성자 2)을 내보낸다. 원자 번호가 2, 질량수가 4 준다. 종이 한 장에 막힌다.
- 베타 붕괴(β⁻): 중성자 하나가 양성자로 바뀌며 전자와 반중성미자를 내놓는다. 원자 번호가 1 는다. 탄소-14가 질소-14로 바뀌는 것이 이 붕괴다.
- 감마선: 붕괴 뒤 들뜬 핵이 에너지를 높은 에너지의 빛으로 내놓는다. 원소는 바뀌지 않는다.
붕괴는 개별 핵에서는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확률 사건이지만, 많이 모이면 일정한 시간마다 절반씩 줄어든다. 그 시간이 반감기다. 대기의 탄소-14는 살아 있는 생물 몸에 일정한 비율로 들어가고, 죽은 뒤로는 보충되지 않아 줄어들기만 한다. 남은 비율을 재면 죽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 있다(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4분의 1이 남았으면 약 11,400년, 10분의 1이면 약 18,935년이다(계산값).
교재에 흔히 실린 5,730년은 예전에 쓰던 값이고, 핵 데이터베이스는 지금 5,700 ± 30년을 싣는다. 관례로 보고하는 "방사성 탄소 나이"는 역사적 이유로 윌러드 리비가 쓴 5,568년으로 계산한다. 대기 중 탄소-14 비율도 시대마다 조금씩 달랐으므로, 이 나이를 나무의 나이테 등으로 만든 보정 곡선에 맞춰 실제 연대로 바꾼다.
무거운 핵이 쪼개지는 핵분열(원자력 발전의 우라늄-235)과 가벼운 핵이 합쳐지는 핵융합(태양의 수소)에서는 반응 뒤 질량이 조금 줄고, 그 차이가 E = mc²만큼의 에너지로 나온다. 화학 반응의 에너지가 kJ/mol 단위라면 핵반응은 그 수백만 배다.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는 물리 노트에서 이어진다.
흔한 오해
- "결합이 끊어질 때 에너지가 나온다." 반대다. 결합을 끊는 데는 늘 에너지가 들고, 새 결합이 생길 때 에너지가 나온다. ATP가 "고에너지 결합"을 끊어 에너지를 낸다는 말도, 실제로는 끊은 뒤 더 안정한 결합이 생기는 전체 반응의 에너지 차이를 줄여 부른 것이다.
- "촉매가 평형을 생성물 쪽으로 옮긴다." 촉매는 정반응과 역반응을 똑같이 빠르게 한다. 평형에 빨리 도달하게 할 뿐 평형 위치(K)는 바꾸지 않는다.
- "자발적인 반응은 빨리 일어난다." ΔG는 방향만, 활성화 에너지는 속도를 정한다. 다이아몬드는 흑연이 되는 쪽이 자발적이지만 사실상 영원히 다이아몬드로 남는다.
- "pH 7이 언제나 중성이다." 중성은 [H₃O⁺] = [OH⁻]인 상태이고, pH 7은 25 °C에서의 값이다. 물의 이온화는 흡열이라 온도가 오르면 이온곱이 커져 중성 pH가 7보다 낮아진다.
- "강산은 진한 산이다." 강약은 이온화 정도, 진하고 묽음은 농도다. 묽은 염산도 강산이고, 진한 아세트산도 약산이다.
- "전자는 핵 둘레의 궤도를 돈다." 보어 모형의 그림일 뿐이다. 전자의 위치는 오비탈이라는 확률 분포로만 말할 수 있다.
- "화학 물질은 인공적이고 해롭다." 물, 산소, 비타민도 모두 화학 물질이다. 해로운지는 천연인지 합성인지가 아니라 무엇이고 얼마나 노출되느냐(용량)가 정한다.
- "물이 끓을 때 거품은 수소와 산소다." 끓는 물의 거품은 수증기, 곧 기체가 된 물 분자다. 분자 사이가 떨어질 뿐 H–O 결합은 그대로다.
핵심 자료
원자량, 물성, 상수처럼 숫자가 필요할 때는 아래 표준 자료에서 찾는다. 교재 내용과 계산 연습은 OpenStax와 Khan Academy가 무료다. 분자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방법은 계산 과학 노트, 반도체의 재료 화학은 반도체 노트로 이어진다.
| 자료 | 종류 | 요지 | 링크 |
|---|---|---|---|
| Chemistry 2e | 무료 교재 | 일반화학 두 학기 분량의 대학 교재. 원자 구조부터 열역학, 평형, 전기 화학, 핵화학, 유기 화학까지 이 노트의 범위를 모두 담고 예제가 많다. | OpenStax |
| Periodic Table of Elements | 표준 주기율표 | IUPAC이 공식으로 내는 주기율표(PDF). 원자량은 CIAAW 표준 원자량을 따르고, 범위로 적는 원소(H, C, Cl 등)의 표기도 여기서 확인한다. | IUPAC |
| Abridged Standard Atomic Weights | 표준 자료 | 원소별 표준 원자량을 다섯 자리로 줄인 표. 이 노트의 원자량과 몰 질량은 이 값(2024)으로 계산했다. | CIAAW |
| PubChem | 화합물 데이터베이스 |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무료 화학 데이터베이스. 화합물마다 구조, 물성(끓는점·밀도), 안전 정보를 모아 둔다. 원소별 주기율표 페이지도 있다. | NIH PubChem |
| NIST Chemistry WebBook | 물성 데이터 | 표준 생성 엔탈피, 엔트로피, 상전이 온도, 스펙트럼 같은 열화학·분광 자료를 화합물별로 찾는다. | NIST |
| Ionization Energies | 원자 데이터 | NIST 원자 스펙트럼 데이터베이스의 이온화 에너지 검색. 주기적 성질 그림의 이온화 에너지 값이 여기서 왔다. | NIST ASD |
| Fundamental Physical Constants | 상수 | 아보가드로 수, 기체 상수, 패러데이 상수의 CODATA 권장값. 2019년 SI 재정의 뒤 N_A는 정확값이다. | NIST CODATA |
| NuDat 3 | 핵 데이터 | 핵종별 반감기와 붕괴 방식을 찾는 데이터베이스. 탄소-14 반감기(5,700 ± 30년)를 여기서 확인했다. | NNDC |
| Chemistry Library | 무료 교재 모음 | 대학 교수진이 함께 쓰는 공개 교재 모음. 일반화학 외에 유기·물리·분석 화학까지 깊이 들어갈 때 쓴다. | LibreTexts |
| Chemistry | 강의 | 짧은 동영상과 연습 문제로 된 화학 강좌. 몰 계산, 반응식 맞추기, pH 같은 계산을 손으로 익힐 때 좋다. | Khan Academ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