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레이·라이브 서비스 디자인
함께하거나 겨루는 게임의 매칭·경쟁 밸런스·협동 설계와, 오래 운영하는 게임의 설계다.
목차 (10)
실력을 숫자로: 엘로 레이팅
경쟁 게임의 매칭은 “이 두 사람(두 팀)이 붙으면 얼마나 팽팽할까”를 예측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가장 오래된 답은 체스에서 온 Arpad Elo의 엘로 레이팅(Elo rating)이다. 두 선수의 점수 차로 기대 승률을 계산하고, 경기가 끝나면 실제 결과가 기대에서 벗어난 만큼만 점수를 옮긴다.
- 기대 승률: A의 기대 승률은 1 / (1 + 10(B − A) / 400)이다. 400점 차이면 높은 쪽이 대략 10 대 1로 이길 것으로 본다.
- 갱신: 새 점수 = 옛 점수 + K × (실제 결과 − 기대 승률). 이기면 1, 지면 0, 비기면 0.5를 넣는다. 한쪽이 얻은 만큼 다른 쪽이 잃는다.
- K: 한 경기에 점수가 얼마나 크게 움직일지 정한다. 크면 실력 변화를 빨리 따라가지만 운에도 크게 흔들리고, 작으면 안정되지만 느리다.
엘로는 두 사람의 한 판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게임에 그대로 쓰면 세 가지가 아쉽다. 새로 온 사람의 점수를 얼마나 믿을지 모르고, 오래 쉬고 돌아온 사람도 같은 점수로 다루며, 여럿이 팀으로 겨루는 판을 나눠 계산할 방법이 없다.
얼마나 확신하나: Glicko와 TrueSkill
뒤이은 방식들은 점수 하나에 “이 점수를 얼마나 믿을 수 있나”를 더한다. Mark Glickman의 Glicko는 점수와 함께 레이팅 편차(RD, rating deviation)를 둔다. 경기를 할수록 편차가 줄고 쉬면 다시 늘어나며, 편차가 큰 사람의 점수는 한 판에 크게 움직인다. Glicko-2는 여기에 실력이 얼마나 들쭉날쭉한지를 나타내는 변동성(volatility)을 더했다.
Microsoft Research의 TrueSkill은 Xbox 온라인 매칭을 위해 만든 방식으로, 실력을 평균 μ와 불확실성 σ로 나타내고 팀전과 여럿이 겨루는 판을 처음부터 다룬다. 팀의 실력은 구성원 실력의 합으로 보고, 순위표에는 보수적인 추정치 μ − 3σ를 보여 준다. 새 플레이어는 μ = 25, σ ≈ 8.33으로 시작해 표시값이 0이고, 경기를 할수록 σ가 줄며 표시값이 실력 쪽으로 올라간다.
| 방식 | 무엇을 기록하나 | 잘하는 것 |
|---|---|---|
| Elo | 점수 하나 | 단순하고 설명하기 쉽다. 1대1에 맞다 |
| Glicko·Glicko-2 | 점수 + 편차(+ 변동성) | 새 사람·돌아온 사람을 빨리 제자리로 보낸다 |
| TrueSkill | 평균 μ + 불확실성 σ | 팀전과 여럿이 겨루는 판, 보수적인 순위 표시 |
TrueSkill 쪽 표에 따르면 실력을 가리는 데 필요한 경기 수는 판의 모양에 크게 좌우된다. 1대1이면 한 사람당 12판 정도면 되지만, 4대4 팀전은 46판, 8대8은 91판이 필요하다. 팀이 클수록 한 판의 결과에서 내 몫을 떼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칭은 점수만 보지 않는다
실력이 같은 상대를 찾는 것은 매칭이 지켜야 할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대기 시간, 접속 지연(핑), 파티 크기, 지역과 언어가 모두 부딪힌다. 실력을 엄격하게 맞출수록 기다림이 길어지므로, 대부분의 매칭은 기다린 시간이 길어질수록 허용하는 실력 차를 조금씩 넓힌다. GDC 2016 발표 Skill, Matchmaking, and Ranking Systems Design에서 Josh Menke는 실력을 매칭에 제대로 쓰는 법과, 좋은 매칭이 게임플레이 디자이너의 짐을 어떻게 덜어 주는지 이야기한다.
- 숨은 점수와 보이는 등급: 매칭에 쓰는 내부 점수(MMR)와 플레이어에게 보여 주는 등급·티어를 나누는 게임이 많다. 내부 점수는 정확해야 하고, 보이는 등급은 동기를 줘야 해서 목적이 다르다. 둘이 너무 어긋나면 “이겼는데 왜 안 오르나”라는 불신이 생긴다.
- 배치 경기: 처음 몇 판은 불확실성이 커 점수를 크게 움직여 빨리 제자리를 찾는다. 위의 σ·RD가 하는 일이다.
- 부계정과 파티: 잘하는 사람이 새 계정으로 초보를 상대하면(스머프, smurf) 초보의 첫 경험이 망가진다. 실력 차가 큰 친구끼리 파티를 맺을 때 누구 기준으로 매칭할지도 정해야 한다.
서버가 같은 판을 어떻게 동기화하는지(랙 보상, 예측, 틱 레이트) 같은 네트워크 쪽은 멀티플레이 노트에 있다.
경쟁 밸런스: 살아 있는 선택지가 몇 개인가
격투 게임 디자이너 David Sirlin은 연재 Balancing Multiplayer Games에서 밸런스를 “고수 수준에서도 꽤 많은 선택지가 쓸 만한(viable) 상태”로 정의한다. 쓸 만한 선택지란 의미 있는 선택이어야 해서, 하는 일이 같은 선택지나 지배적인 전술 하나에 지는 선택지는 세지 않는다.
| 개념 | Sirlin의 뜻 |
|---|---|
| 쓸 만한 선택지(viable options) | 전략을 쓸 맥락이 있는, 의미 있는 선택이 많다 |
| 공정함(fairness) | 같은 실력이면 이길 확률이 대략 같다. 판 시작 때 고르는 캐릭터·종족에만 따진다. 판 중에 줍는 무기까지 똑같이 셀 필요는 없다 |
| 깊이(depth) | 고수들이 오래 연구한 뒤에도 전략적으로 흥미롭다. 혼자 최적화하는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행동에 따라 답이 바뀔 때 깊어진다 |
| 대칭·비대칭 | 시작 선택지가 얼마나 다른지의 스펙트럼. 비대칭일수록 좋은 게임인 것은 아니고, 공정함을 맞추기가 더 어려워질 뿐이다 |
- 무엇을 금지하나: Sirlin은 Playing to Win에서 강해 보인다고 섣불리 금지하지 말고, 그 전략이 정말 게임을 하나로 무너뜨리는지 확인하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기”는 대응법이 발견되며 풀린다.
- 풀 수 없는 문제도 있다: Alex Jaffe는 GDC 2019 발표 Cursed Problems in Game Design에서 플레이어에게 한 약속끼리 부딪혀 원리적으로 풀 수 없는 문제를 “저주받은 문제”라 부른다. 대표 예가 여럿이 겨루는 자유 대전의 킹메이킹(kingmaking)이다. 실력을 겨루게 하겠다는 약속과, 여럿이 겨루면 생기는 정치(지고 있는 사람이 누구를 이기게 할지 정함)가 충돌한다. 이런 문제는 고치는 대신 어느 약속을 덜 지킬지 고른다.
비대칭 밸런스: 다르게, 그러나 공정하게
StarCraft의 세 종족처럼 출발이 서로 다른 게임, Dead by Daylight처럼 한 명과 여럿이 겨루는 비대칭 멀티플레이(asymmetric multiplayer)는 Sirlin이 말한 공정함을 가장 맞추기 어려운 경우다. 같은 숫자를 맞추는 것으로는 안 되고, 다른 능력이 같은 승률로 이어지는지 봐야 한다.
- 쪽마다 승률을 본다: 1대4 게임이면 혼자 쪽의 승률, 종족전이면 종족 조합(테란 대 저그 등)마다의 승률을 실력대별로 따로 본다. 초보 구간과 고수 구간에서 유리한 쪽이 다를 수 있다.
- 다른 경험을 준다: 비대칭의 보상은 경험의 차이다. 한쪽은 쫓고 한쪽은 숨거나, 한쪽은 수가 많고 한쪽은 강하다. 숫자를 맞추려다 두 쪽을 비슷하게 만들면 비대칭의 이유가 사라진다.
- 정보와 협동의 차이: 여럿 쪽은 소통이 잘될수록 강해진다. 같은 게임이라도 낯선 사람끼리의 판과 음성 채팅하는 파티의 판은 균형이 다르다.
협동 디자인: 서로가 필요하게
협동 게임의 핵심은 함께하면 더 재미있는 것을 넘어 “혼자서는 안 되게” 만드는 것이다. Left 4 Dead는 이것을 적의 설계로 해냈다. 특수 감염자 일부는 생존자 한 명을 붙잡아 꼼짝 못 하게 하므로, 혼자 앞서 나간 사람은 동료가 구해 주지 않으면 죽는다. 무리에서 떨어지는 것 자체가 위험이 되어 플레이어들은 말하지 않아도 뭉친다.
리듬은 AI 디렉터가 맡는다. Michael Booth의 발표 자료 The AI Systems of Left 4 Dead(Valve, 2009)에 따르면 디렉터는 생존자마다 “긴장도”를 추정한다. 맞거나 쓰러지거나 가까이서 감염자가 죽으면 올라가고, 교전이 없으면 서서히 내려간다. 그리고 네 단계를 돈다.
| 단계 | 하는 일 |
|---|---|
| 쌓기(build up) | 긴장도가 정점 문턱을 넘을 때까지 적을 가득 보낸다 |
| 정점 유지(sustain peak) | 정점에 닿은 뒤에도 3~5초 더 몰아붙인다 |
| 정점 내려오기(peak fade) | 새 적은 최소로 줄이고, 지금 싸움이 끝나 긴장도가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
| 쉬기(relax) | 30~45초 동안, 또는 생존자가 다음 안전한 방 쪽으로 충분히 나아갈 때까지 조용히 둔다 |
자료가 강조하듯 디렉터가 바꾸는 것은 적의 세기(난이도)가 아니라 위협이 오는 빈도(완급)다. 역할을 나누는 다른 방법으로는 MMO의 탱커·힐러·딜러처럼 역할마다 못 하는 일을 둬 서로 기대게 하는 방식이 있다. 다만 역할이 엄격할수록 특정 역할이 모자라 매칭이 늦어지는 대가가 따른다.
사회적 설계: 독성은 맥락이 만든다
여럿이 하는 게임은 사람 사이의 행동까지 설계 대상이다. Riot Games의 플레이어 행동 팀을 이끈 Jeffrey Lin은 GDC 2013 발표 “The Science Behind Shaping Player Behavior in Online Games”에서 League of Legends의 실험들을 소개했다. 발표 기사에 정리된 내용은 이렇다.
- 심한 독성은 드물다: 늘 나쁘게 구는 사람은 소수였고, 독한 판의 상당수는 평소 괜찮은 사람이 유난히 나쁜 하루를 보낸 경우였다. 부정적인 말 한마디가 판 전체로 번지는 파급 효과도 컸다.
- 기본값이 행동을 바꾼다: 상대 팀과의 채팅을 기본으로 끄고 원하면 켜게 하자, 채팅을 하는 판의 비율은 거의 그대로인데 욕설과 부정적인 말은 크게 줄었다.
- 구체적인 피드백: 정지된 플레이어에게 막연한 통보 대신 무엇이 문제였는지 구체적으로 적은 카드를 보내자 이후 신고가 줄었다. 플레이어 배심 제도(Tribunal)의 판정은 내부 팀의 판정과 대략 80% 일치했다.
교훈은 플레이어가 본래 독한 것이 아니라 맥락이 행동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설계로 줄일 수 있다. 말없이 위치와 의도를 알리는 핑 시스템(Apex Legends가 널리 알렸다)은 음성·채팅 없이도 협동을 가능하게 하고, 판이 끝난 뒤 좋은 동료를 추천하는 장치(Overwatch의 추천 등)는 좋은 행동에 보상을 건다. 사람 사이의 동기와 보상 심리는 플레이어 심리 노트에서 이어진다.
라이브 서비스: 시즌과 배틀 패스
한 번 팔고 끝나는 게임과 달리 서비스형 게임(games as a service)은 몇 년씩 운영하며 새 내용을 더한다. 그 운영의 박자가 시즌이다. 몇 달마다 순위를 초기화하고, 새 맵·캐릭터·밸런스 패치를 묶어 내놓아 돌아올 이유를 만든다.
시즌의 보상 구조로 굳어진 것이 배틀 패스(battle pass)다. 플레이하고 도전 과제를 깨면 단계가 오르며 보상(주로 치장 아이템)을 받는다. 2013년 Dota 2의 The International 관련 상품 “Compendium”이 원형으로 꼽히고, 2018년 Fortnite가 크게 성공시키며 퍼졌다. 무료 트랙과 유료 트랙을 나누고, 무료로 진행한 단계도 나중에 유료를 사면 거슬러 받게 하는 것이 흔한 형태다.
- 확률 대신 경로: 무엇을 받을지 미리 보이므로, 확률형 아이템(루트 박스)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졌다.
- 그래도 압박이다: 시즌이 끝나면 다시 얻을 수 없는 보상은 놓칠까 두려운 마음(FOMO)을 자극하고, 끝까지 가려면 길게 플레이하거나 단계를 사야 한다. 도전 과제가 이기는 것과 다른 행동(특정 무기로만 처치 등)을 요구하면 팀전의 질도 떨어진다.
수익화 윤리: 무엇을 팔고 어떻게 파나
무엇을 파는지가 먼저다. 치장만 파는 게임과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힘을 파는 게임(pay-to-win)은 경쟁의 공정함이 다르다. 그다음은 어떻게 파는지다. 돈을 내고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상자를 여는 루트 박스(loot box)는 도박과 닮았다는 비판을 받아 규제로 이어졌다.
- 중국은 2016년 말 발표한 규정으로 2017년부터 확률 공개를 의무화했다.
- 벨기에 도박위원회는 2018년 몇몇 게임의 루트 박스를 도박으로 판단했고, 여러 회사가 벨기에에서 루트 박스를 막았다.
- 루트 박스 지출과 문제성 도박 증상 사이에 중간 정도의 상관이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다만 도박에 끌리는 사람이 루트 박스에도 끌리는 것일 수 있어 인과는 분명하지 않다.
실무에서 지킬 만한 선은 단순하다. 무엇을 얼마에 받는지 사기 전에 알 수 있게 하고, 실제 돈과 게임 화폐의 환산을 흐리지 않고, 아이와 지출 조절이 어려운 사람을 노리지 않는다. 보상 계획과 가변 보상이 사람을 붙잡는 원리, 그 힘을 어디까지 써도 되는지는 플레이어 심리 노트에서 다룬다.
커뮤니티와 플레이어가 만드는 것
오래 사는 멀티플레이 게임은 개발자보다 플레이어가 더 많은 것을 만든다. Counter-Strike는 Half-Life의 모드로, DotA는 Warcraft III의 사용자 지도로, 배틀로얄은 다른 게임의 모드에서 시작해 장르가 되었다. 편집기와 모드 지원은 그 자체로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 설계다.
- 도구를 열어 둔다: 지도 편집기, 사용자 규칙, 공유 창고(Steam Workshop 등)를 주면 개발팀이 못 만드는 양의 내용이 생긴다. 좋은 것이 묻히지 않게 고르고 띄우는 장치도 함께 있어야 한다.
- 메타는 플레이어가 만든다: 어떤 전략이 강한지, 무엇을 어떻게 부를지는 커뮤니티가 정한다. 밸런스 패치는 이 흐름에 대한 대답이고, 패치 노트에 바꾼 이유를 숫자와 함께 적으면 신뢰가 쌓인다.
- 보는 사람도 플레이어다: 대회와 방송을 보는 사람을 위한 관전 화면, 리플레이, 기록 공유는 경쟁 게임의 일부다. 리플레이를 결정적으로 재생하는 법은 멀티플레이 노트에 있다.
- Matchmaking (video games) — Wikipedia
- Elo rating system — Wikipedia
- The Glicko system — Mark Glickman
- Example of the Glicko-2 system (PDF) — Mark Glickman
- TrueSkill Ranking System — Microsoft Research
- Skill, Matchmaking, and Ranking Systems Design — GDC
- Balancing Multiplayer Games, Part 1: Definitions — David Sirlin
- Balancing Multiplayer Games, Part 2: Viable Options — David Sirlin
- What Should Be Banned? (Playing to Win) — David Sirlin
- Cursed Problems in Game Design — GDC
- Asymmetric multiplayer — Wikipedia
- GDC: Riot experimentally investigates online toxicity — Game Developer
- Games as a service — Wikipedia
- Battle pass — Wikipedia
- Loot box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