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접근성·UX
난이도 곡선과 실패의 비용, 누구나 할 수 있게 하는 접근성, 화면 정보 설계다.
목차 (9)
난이도 곡선: 오르막보다 톱니
난이도는 실력과 함께 올라야 한다. 실력보다 너무 어려우면 불안하고 너무 쉬우면 지루하다는 몰입(flow) 이론의 그림이 자주 인용된다(플레이어 심리 노트). 그런데 난이도를 한 줄 오르막으로 올리면 긴장이 쉬지 않고 쌓이기만 한다. 그래서 많은 게임이 톱니 모양(sawtooth)으로 난이도를 올린다.
- 새 요소는 쉬운 자리에서: 새 월드나 새 적이 나오는 곳은 난이도를 한 번 낮춘다. 플레이어는 새것을 배우는 데 머리를 써야 하므로, 다른 압박을 줄여 준다.
- 정점은 시험: 보스나 구간 끝의 어려운 방은 그동안 배운 것을 묻는 시험이다. 시험이 끝나면 보상과 휴식이 온다.
- 큰 흐름은 여전히 오르막: 다음 톱니의 바닥은 앞 톱니의 바닥보다 높다. 실력이 꾸준히 늘기 때문이다.
이 모양은 레벨 안의 기승전결(레벨 디자인 노트)과 같은 원리를 더 큰 단위에 쓴 것이다. 체감 난이도는 난이도 자체가 아니라 난이도와 실력의 차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같은 그래프라도 숙련자와 초보자에게 다르게 읽힌다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래서 하나의 곡선으로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고, 아래의 조절 장치들이 필요해진다.
동적 난이도 조절: 몰래 맞추기와 박자 맞추기
플레이어의 실력을 보고 게임이 알아서 난이도를 바꾸는 것을 동적 난이도 조절(dynamic difficulty adjustment, DDA)이라 한다. 위키백과 항목에 여러 사례가 정리되어 있고, 자주 거론되는 두 게임은 성격이 다르다.
레지던트 이블 4(2005)는 메뉴에 보이지 않는 난이도 단계를 두고, 플레이어가 잘하면 적을 더 공격적이고 아프게, 자주 죽으면 적을 약하게 바꾼다고 알려져 있다. Game Maker's Toolkit의 What Capcom Didn't Tell You About Resident Evil 4가 이를 소개했는데, 영상에 따르면 캡콤은 이 시스템을 게임 안에서 알린 적이 없고 공략집을 통해 알려졌다(Engadget 기사). 숨긴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플레이어가 알면 일부러 못하는 척해 시스템을 속이거나,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에 성취감이 줄 수 있다.
Left 4 Dead의 AI 감독(AI Director)은 조금 다르다. 밸브의 마이클 부스(Michael Booth)는 2009년 발표 The AI Systems of Left 4 Dead에서 그 동작을 공개했다. 생존자마다 "감정적 긴장도"를 숫자로 추정한다. 피해를 입거나, 쓰러지거나, 가까이서 적이 죽으면 오르고, 싸움이 없으면 서서히 내려간다. 감독은 이 값을 보고 적의 출현을 네 단계로 조절한다.
부스의 발표에서 눈여겨볼 점은 이 장치가 "난이도가 아니라 페이싱을 조절한다"고 못 박은 것이다. 적의 세기는 그대로 두고, 몰아치는 시기와 쉬는 시기를 플레이어 상태에 맞춰 옮긴다. 그 결과 같은 지도에서도 판마다 정점이 다른 때와 다른 곳에 온다. 감독 같은 AI 구조는 게임 AI·길찾기 노트에서, 승부를 붙잡는 되먹임 장치는 시스템·밸런스·경제 노트에서 다룬다.
실패의 비용과 체크포인트
난이도의 절반은 "얼마나 어려운가", 나머지 절반은 "실패하면 무엇을 잃는가"다. 같은 구간이라도 실패한 뒤 1초 만에 다시 시도할 수 있으면 도전이 되고, 5분을 다시 걸어야 하면 벌이 된다. 어려운 게임일수록 실패의 비용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 방식 | 잃는 것 | 효과 |
|---|---|---|
| 즉시 재시작(슈퍼 미트 보이, 셀레스트) | 몇 초 | 수백 번 죽어도 지치지 않는다. 짧은 방 단위로 어려움을 쌓을 수 있다 |
| 촘촘한 체크포인트 | 마지막 구간 | 긴 레벨에서도 다시 할 부분이 짧다. 어디서 다시 하는지 분명해야 한다 |
| 회수 기회(다크 소울의 소울) | 쌓은 자원, 한 번은 되찾을 수 있다 | 다음 시도에 긴장과 동기가 함께 붙는다 |
| 영구 사망(로그라이크) | 한 판 전체 | 선택 하나하나가 무거워진다. 판이 짧고 다음 판이 달라야 견딜 만하다 |
체크포인트를 놓을 때는 어려운 구간 바로 앞에 두고, 체크포인트와 어려운 구간 사이에 쉬운 반복 구간(긴 걷기, 건너뛸 수 없는 컷신)을 넣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실패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쉬운 부분은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고 짜증만 쌓는다. 실패 직후 조작으로 바로 돌아오는 감각은 조작감·확률 노트의 점프 보정과도 이어진다.
셀레스트의 어시스트 모드와 난이도 선택
어려운 플랫포머 셀레스트(Celeste, 2018)는 어시스트 모드(Assist Mode)로 난이도 논의에 큰 흔적을 남겼다. 게임 속도를 10% 단위로 50%까지 늦추기, 무한 스태미나, 공중 대시 횟수 늘리기, 무적, 챕터 건너뛰기 같은 항목을 하나씩 켜고 끌 수 있다(Game Developer 소개, Game Accessibility Guidelines의 사례).
- 통째가 아니라 낱개: "쉬움" 한 단계가 아니라 막힌 부분만 고칠 수 있다. 손이 느린 사람은 속도만, 오래 매달리기 어려운 사람은 스태미나만 바꾼다.
- 의도를 밝힌다: 켜기 전에 이 게임이 어떤 경험을 의도했는지 설명하고, 그래도 필요하면 쓰라고 안내한다. 도움을 쓰는 일을 부끄러운 것이 아니게 만든다.
- 벌이 없다: 어시스트를 써도 진행이나 업적에서 불이익이 없다.
비슷한 방향의 설계로, 죽을 때마다 받는 피해가 조금씩 줄어드는 하데스의 신 모드(God Mode)가 자주 함께 거론된다. 공통점은 "어려운 게임을 쉽게 만든다"가 아니라 "어려움을 조절할 권한을 플레이어에게 넘긴다"는 데 있다. 난이도 선택지를 만들 때는 이름(쉬움, 보통)보다 무엇이 바뀌는지를 적어 주면 고르기 쉽다.
접근성: 누구나 끝까지 할 수 있게
접근성(accessibility)은 장애가 있거나 일시적으로 불편한 사람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설계다. 난이도와 겹치지만 같지 않다. 어려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벽을 없애는 것이다. 참고할 기준은 공개되어 있다.
- Game Accessibility Guidelines: 2012년부터 스튜디오, 전문가, 연구자가 함께 만든 지침이다. 구현이 쉽고 효과가 넓은 기본(basic), 계획이 필요한 중급(intermediate), 특정 장애와 장르를 위한 고급(advanced)으로 나뉜다.
- Xbox Accessibility Guidelines(XAG):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침으로, 글자 표시, 대비, 자막, 입력, 난이도 옵션, 시간 제한, 광과민성처럼 주제별로 번호가 붙어 있고 항목마다 영향을 받는 플레이어와 구현 예를 함께 적는다.
대형 게임의 사례로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I(2020)가 자주 꼽힌다. 너티 독은 PlayStation Blog에서 60개가 넘는 접근성 설정을 소개했다. 설정이 많으면 고르기가 부담이 되므로, 시각, 청각, 운동 기능 세 가지 프리셋으로 관련 설정을 한꺼번에 켜고 하나씩 다시 고칠 수 있게 했다.
| 영역 | 흔한 장치 |
|---|---|
| 운동 | 버튼 재배치, 연타를 누르고 있기로, 누르고 있기를 한 번 누르기(토글)로 바꾸기, 조준 보조 |
| 시각 | 글자 크기, 고대비 모드, 색에만 기대지 않는 표시(모양·무늬 함께), 화면 낭독 |
| 청각 | 자막과 화자 이름, 소리의 방향을 화면에 표시, 진동으로 신호 전달 |
| 인지 | 목표 다시 보기, 시간 제한 끄기, 튜토리얼 다시 보기 |
| 멀미·광과민성 | 화면 흔들림·모션 블러 끄기, 시야각 조절, 번쩍임 줄이기 |
조작 재설정(remapping)은 가장 기본이면서 효과가 큰 항목이다. 한 손으로 플레이하는 사람, 특정 버튼을 누르기 어려운 사람, 단순히 다른 배치에 익숙한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입력을 "버튼"이 아니라 "행동"으로 받도록 짜 두면 나중에 붙이기 쉽다. 색에 기대는 표시가 어떻게 보이는지는 이 사이트의 색각 이상 시뮬레이터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온보딩과 튜토리얼: 설명보다 상황
게임을 처음 켠 몇 분이 남을지 떠날지를 정한다. 좋은 온보딩(onboarding)은 설명문을 읽히지 않고 할 일을 만들어 준다. 아린 핸슨(Arin Hanson)의 영상 Sequelitis - Mega Man Classic vs. Mega Man X는 록맨 X의 첫 스테이지가 글 없이 게임의 규칙과 동작을 익히게 하는 과정을 길게 뜯어보며, 글로 된 튜토리얼과 대비시켜 유명해졌다.
- 필요한 순간에 하나씩: 모든 조작을 처음에 알려 주지 않는다. 쓸 일이 생기기 직전에 알려 주면 바로 써 보며 기억한다.
- 안전한 첫 시도: 새 동작을 처음 쓰는 자리는 실패해도 잃는 것이 없게 한다(레벨 디자인 노트의 월드 1-1).
- 확인은 행동으로: "확인"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해 봐야 넘어가게 한다. 다만 숙련자를 위해 건너뛰기를 둔다.
- 다시 볼 수 있게: 오랜만에 돌아온 사람을 위해 조작 설명과 튜토리얼을 메뉴에서 다시 볼 수 있게 한다.
HUD와 UI: 다이제틱과 비다이제틱
화면 정보가 게임 세계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로 UI를 나누는 틀이 있다. 에릭 파게르홀트(Erik Fagerholt)와 망누스 로렌손(Magnus Lorentzon)이 2009년 EA DICE와 함께 쓴 석사 논문 Beyond the HUD가 이 분류를 널리 퍼뜨렸다. 기준은 두 가지다. 그 정보가 이야기 세계 안에 존재하는가, 그리고 3D 공간에 놓여 있는가.
| 종류 | 세계 안에 있나 | 공간에 있나 | 예 |
|---|---|---|---|
| 다이제틱(diegetic) | 예, 인물도 볼 수 있다 | 예 | 데드 스페이스의 등에 붙은 체력 표시, 총에 달린 탄약 숫자 |
| 비다이제틱(non-diegetic) | 아니오 | 아니오 | 화면 구석의 체력 바, 미니맵 |
| 공간(spatial) | 아니오 | 예 | 세계 위에 그려진 목표 표시, 바닥의 길 안내 선 |
| 메타(meta) | 예 | 아니오 | 맞을 때 화면 가장자리에 번지는 피, 다쳤을 때 흐려지는 시야 |
데드 스페이스(2008)는 다이제틱 UI의 대표 사례다. 체력은 주인공 아이작의 슈트 등뼈를 따라 빛나는 막대로, 탄약은 무기 위의 숫자로, 메뉴는 세계 안에 떠오르는 홀로그램으로 보여 준다. 화면 위에 덧그린 것이 없으니 몰입이 깨지지 않고, 메뉴를 여는 동안에도 적이 다가올 수 있어 긴장이 유지된다. 대신 다이제틱 UI는 읽기 어려워지기 쉽다. 카메라 각도나 조명에 따라 정보가 가려질 수 있고, 위급할 때 한눈에 보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게임은 몰입이 중요한 정보는 세계 안에, 빨리 읽어야 하는 정보는 화면 위에 두는 식으로 섞는다.
존재감: VR과 AR의 인터페이스
셸의 책 3판에는 어떤 인터페이스는 존재감을 만든다는 장이 따로 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은 화면 너머를 들여다보는 대신 그 안에 서 있게 한다. 이때 생기는 “정말 거기 있다”는 느낌을 존재감(presence)이라 한다. 존재감은 쌓기는 어렵고 깨지기는 쉬워서, VR 디자인의 많은 부분이 그것을 깨지 않는 일이다.
| 존재감을 깨는 것 | 왜 깨지나 | 흔한 대응 |
|---|---|---|
| 머리를 움직였는데 화면이 늦게 따라온다 | 몸이 기대한 시점과 눈이 보는 시점이 어긋난다 | 높은 프레임률을 지키고 입력에서 표시까지의 지연을 줄인다(게임 성능 노트) |
| 몸은 가만히 있는데 시야만 미끄러진다 | 눈과 몸의 균형 감각이 다른 말을 해 멀미가 난다 | 순간 이동, 끊어 돌기(snap turn), 이동 중 시야 가장자리 어둡게 하기 같은 편의 설정을 고르게 한다 |
| 손이 물건을 뚫고 지나간다 | 손으로 만지는 감각이 없는 데다 눈으로 본 결과마저 어긋난다 | 손 모양을 물건에 맞춰 붙이고, 진동과 소리로 닿았음을 알린다 |
| 크기와 거리가 이상하다 | 두 눈으로 보는 VR에서는 모니터보다 크기가 훨씬 정확히 느껴진다 | 문, 계단, 손잡이를 실제 몸 크기에 맞춘다 |
| 떠 있는 메뉴와 HUD | 세계 밖의 정보가 시야를 가린다 | 손목, 몸 주변, 물건 위처럼 세계 안에 정보를 둔다(앞 절의 다이제틱 UI) |
AR은 현실 공간을 무대로 쓰므로 방의 크기와 밝기, 주변 사람까지 설계 조건이 된다. 어느 쪽이든 멀미와 피로를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크게 달라, 이동 방식과 편의 설정을 여러 개 두는 것이 접근성의 일부가 된다.
정보 위계와 가독성: 무엇을 먼저 보게 할까
화면에는 늘 너무 많은 정보가 있다. UI 설계의 핵심은 무엇을 보여 줄지가 아니라 무엇을 먼저 보게 할지다. 정보에 순위를 매기고, 순위에 따라 크기, 위치, 색, 움직임을 나눠 준다.
- 지금 죽을 수 있는 정보가 1순위: 낮은 체력, 날아오는 공격, 시간 제한은 화면 가운데 가까이, 크게, 소리와 함께 알린다. 평소에는 숨겨 두고 필요할 때만 드러내는 방법도 있다.
- 한 신호에 두 감각 이상: 색만으로 위험을 알리면 색각 이상인 사람은 놓친다. 색에 모양, 소리, 진동을 함께 붙인다. XAG의 103번 항목이 이 원칙을 다룬다.
- 예고와 피드백: 적의 큰 공격은 준비 동작(텔레그래프)으로 미리 알리고, 플레이어의 행동에는 즉시 반응을 돌려준다.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모르는 공격은 실력을 키워 주지 못한다.
- 배경과 전경을 가른다: 밟을 수 있는 것, 부딪히면 아픈 것, 그냥 배경인 것을 실루엣과 대비로 구분한다. 화려한 효과가 판정 정보를 덮지 않게 한다.
좋은 UI는 눈에 띄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UI를 의식하는 순간은 대개 무언가를 못 찾았거나 잘못 읽었을 때다. 그래서 UI도 레벨처럼 낯선 사람이 쓰는 모습을 보며 고친다. 손맛과 직결되는 즉각 반응, 화면 흔들림과 히트스톱은 조작감·확률 노트에서 다룬다.
- Game Accessibility Guidelines
- Dynamic game difficulty balancing — Wikipedia
- What Capcom Didn't Tell You About Resident Evil 4 — Game Maker's Toolkit
- 'Resident Evil 4' secretly adjusted its difficulty for you — Engadget
- The AI Systems of Left 4 Dead — Valve
- Check out Celeste's remarkably granular assist options — Game Developer
- Celeste assist mode — Game Accessibility Guidelines
- Xbox Accessibility Guidelines — Microsoft Learn
- The Last of Us Part II accessibility features detailed — PlayStation Blog
- Sequelitis - Mega Man Classic vs. Mega Man X — Egoraptor
- Beyond the HUD: User Interfaces for Increased Player Immersion in FPS Games — Chalmers